첫 번역

처음 돈을 받고 번역을 한 것은 2006년 봄 대학원 재학 중일 때였다.
과외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위해 영어 관련 구인구직 사이트에 프로필을 등록했고, 거기에 번역도 가능하다고 체크를 하거나 짧게 써두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보고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인 어떤 국문과 대학원생이 연락을 해 논문 번역을 부탁하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출력물을 집으로 가지고 오겠다고 해서 만나기까지 했는데,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분이었고 영어로 쓰인 글을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가 직장에 다녀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만나서였는지 번역을 해주고 나선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논문 하나를 더 부탁했으나, 내 과제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 친구에게 넘겼다.

아마도 언어학 논문이었을 텐데 제목은 물론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 나고... 하드를 뒤져봐도 못 찾겠다.
아무튼 당시 나는, 학생들한테 번역을 시키고 그걸로 강독을 하는 지도교수의 성의 없는 수업 방식에 덕택(?)에 번역에 상당히 재미를 느끼고 있었던 터라 그런 의뢰가 들어온 게 무척 반가웠고, 열심히 해줬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이후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번역 알바를 했고, 대학원 수료 후에는 본격적으로 일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초창기엔 두어 군데의 에이전시에서 일을 받아 논문부터 이메일까지, 기계 매뉴얼부터 연극 자막까지 온갖 번역을 했다. 그땐 뭐든지 다 재밌었다. 그때는.

아래는 당시에 했던 자잘한 번역들 담아놓은 폴더의 모습 일부. 휴. 지금 열어보니까, 파일 받아서 확인하고 작업은 안 했지만 미처 지우지 않은 것들도 조금 섞여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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